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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감에 대하여 - 이영애 -
곳감에 대하여
어둠이 시작될 무렵이면
나는 또 태양이 그리워
밤을 재촉한다
억센 손에 이끌려
숨이 끊어질 듯 목 조이는 순간
반항할 틈도 없이 전라 (全裸)의 몸이 된 지금
부끄러움에 눈을 감는다
서릿발 내리는 야삼경
추녀 끝 매달린 칼날 같은 추위와
포승줄 묶인 채 까맣게 멍들어야 하는 운명
이젠 , 바람소리의 비웃음도 지쳤다
핏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말라버린 분신만이
분가루 향내로 마지막 생을 준비하며
온 몸의 진액 뽀얗게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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