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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가시

로잔나 2024. 5. 20. 14:21

 

 

 

 

가시     - 정호승 -

 

 

 

 

 

 

가시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은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더원 -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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