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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로잔나 2024. 8. 13. 10:26

 

 

 

 

삶       - 김용택 -

 

 

 

 

 

 

 

 

 

매미가 운다.

움직이면 덥다.

새벽이면 닭도 운다.

하루가 긴 날이 있고

짧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잠깐이다.

사는 일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

사는 일들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

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

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숲 속에 웬일이냐, 개망초꽃이다.

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하루종일이다.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 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또 무슨 낙이 있을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새벽이다.

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맑은 

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 말매미 -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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