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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 한윤희 -
틀
검은 틀이 돌아간다
춤추는 불길 위에서
철커덕 삐~잉 철커덩
구워 논 붕어빵처럼 굳은 얼굴로
사내는 쇠고리를 들고
뒤집고 돌리고, 뒤집고 돌린다
지름 영점 오 센티의 눈알
지느러미의 한결같은 곡선
어제도 그제도 열여덟 개의 황금빛 비늘
하루 종일 뒤집고 돌리고 뒤집고 돌려도
붕어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간혹, 잉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 검은 틀에서
꽃미남이며 명문대 졸업생이며
루이뷔통 핸드백이 나온다
그 검은 의식의 틀에서
어쩌면,
어쩌면,
詩가 나올지도 모른다
머뭇거림도 없이
세상의 모든 틀이 돌아간다
춤추는 불길 위에서
삐 ~ 그덕 삐 ~잉 삐그덩
*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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