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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목마와 숙녀

로잔나 2023. 2. 1. 08:18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더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면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 . 등대에 . .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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