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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감자를 씻으며

로잔나 2023. 5. 30. 18:34

 

 

 

 

감자를 씻으며         - 정호승 -

 

 

 

 

 

 

감자를 씻으며

 

흙 묻은 감자를 씻을 때는

 

하나하나씩 따로 씻지 않고 한꺼번에 다 같이 씻는다

 

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 감자를 전부 다 넣고

 

팔로 힘껏 저으면

 

감자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면서 흙이 씻겨나간다

 

우리가 서로 미워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것도

 

흙 묻은 감자가 서로 부딪하면서

 

서로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오늘도 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

 

내 죄의 감자를 한꺼번에 다 집어넣고 씻는다

 

내 사랑에 묻어 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게 해야 한다

 

흙 묻은 감자처럼

 

서로의 죄에 묻은 흙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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