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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거미

로잔나 2023. 7. 17. 15:21

 

 

 

 

거미      -  서안나 -

 

 

 

 

 

 

거미

 

그녀는 알부자다

 

그녀의 묵직한 아랫배에는

수십 개의 축축한 집과

상상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유목의 들판이 펼쳐있다

그녀에게 이제 집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부리면 침실이 되고 일터가 되는

그녀만의 물신주의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집이 허름해지면

그녀는 엉덩이에서

유목의 집 한 채를 뽑아낸다

허공에 상처 내지 않고

풀과 나무의 울음소리도

고요하게 통과시키는 우주

 

 

그녀는 이 제국의 알부자다

영토와 집과 풍경들을 다시 삼키고

기어간다

거대한 우주를 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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