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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      - 장근배 -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날아갈 듯 처마선 고운 찻집 뜨락
햇살 맞은 모과는 황금인 듯 빛나고
잎 벗은 나무들과 아직 덜 벗은 나무들이
강강술래 하듯 손잡고 서있다
벌써 벌거벗어 짠한 감나무 아래로
단풍나무 잎이 내려 적선 하듯 쌓인다
부챗살로 퍼지는 햇살과 겨울의 경계
왁자그르하던 가을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가을은, 한 시절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주인 떠난 까치 둥지처럼 선 나무 밑둥 아래
아무도 몰래 엎드려 낮게 숨 쉬고 있었다
가을은 떠났다가 다시 오는 게 아니었다
쉼 없이 외줄 타는 산타 인형처럼
뿌리부터 우듬지까지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땅속에 꼬리 숨긴 가을에게 악수를 청한다
뜨거운 가을과 내 손이 닿아 파르르 떨린다
떠난 줄로만 알았던 가을은 거기에 있었다
낙엽 아래 숨어 첫눈을 기다리고 있었다
찻집으로 열린 계단을 올라 모과차를 마신다
새콤하게 우러난 가을이 내 몸에 흥건하다
낙엽더미 위로 기어코 첫눈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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