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현대시 - 애송 시

11월의 노래

로잔나 2023. 11. 22. 10:09

 

 

 

 

11월의 노래     - 김용택 -

 

 

 

 

 

 

11월의 노래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현대시 - 애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비 내리고  (0) 2023.11.27
가을 나그네  (0) 2023.11.25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2) 2023.11.21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0) 2023.11.20
반달  (0) 2023.11.1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