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어 [최승호] 어쩌지 상어가 창문을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침대를 물어 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지붕을 물어뜯으면 어! 상어가 해님을 물어뜯었어 말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 * 최승호 ( 1954년 ~) 시인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은 언제 봐도 새삼스럽고 신기하다. 아이가 '아빠' 와 '엄마'를 말하던 날의 감격을 기억하는 부모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하나씩 언어를 습득함과 동시에 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낸 장치가 '말놀이 노래' 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는 것은 바나나/ 바나나는 길다/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기억나는가? 이 노래의 반복되는 리듬과 이미지의 연쇄는..
강아지풀 [김구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요요요" 소리에 꼬리 흔드는 강아지풀 * 김구연 ( 1942년 ~) 아동문학가. 시인 "오요요/오요요" 는 어미가 제 새끼를 부를 때, 혹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부를 때 내는 소리다. 바이올린의 높은 선율보다는 낮은 음역대(音域帶)에서 나오는 바순 소리에 더 가깝다. 뜻 없는 의성어지만 그 울림이 맑고 상냥하다. 'ㅍ' 소리가 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비교하면 맑음과 상냥함이 한결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球) 처럼 입술을 작고 동그랗게 모아 발음하기 때문인가. 세 번씩이나 겹친 두음 (頭音) 으로 오는 'ㅇ' 소리는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모인다. 이때 둥근 입 모양은 젖 빠는 아가의..
꼬까신 [최계락]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이미 숙명이 되어버린 고독한 눈물 . . . * 최계락 (1930년 ~1970년) 아동문학가. 시인 최계락은 진주에서 출생해 주로 부산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가야 할 때다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로 시작라는 의 시인 이형기를 비롯하여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라고 노래한 의 박재삼등이 그와 비슷한 시기 지역 문단에서 활동하던 시인들이다. 남도 정서라고 할까. 이들에게서는 매일..
따오기 [한정동]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돋는 나라 부모 여윈 슬픔 . . .나라 잃은 슬픔 * 한정동 ( 1894년 ~1976년) 아동문학가 는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그 당시는 제목이 였고, 4연으로 된 시였다. 윤극영의 곡으로 더 유명한 이 동요는 일제강범기 때는 조선인의 애환을 노래했다고 금지당했다. 이 동요의 화자 (話者)는 부모를 일찍 여의었나 보다. 대구 (對句)를 맞추려고 그렇게 썼겠지만, 어머니는 '해돋는 나라'로, 아버지는 '달돋는 나라'로 가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