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 - 그냥 . . . . 넌 왜 엄마가 좋아? - 그냥 . . . .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이와 엄마의 사랑 * 문삼석 ( 1941년 ~ )시인 '그냥' 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혹은 '그런 모양으로 줄곧' 등이다. '그냥 내버려두다' 혹은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라고 할 때의 '그냥' 은 바로 이와같은 의미로 쓰인 경우다. 그런데 '그냥'은 또한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란 뜻도 있다.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라고 할 때의 '그냥'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위 시의 '그냥'은 이 가운데 어디에 속할까? 문삼석 시인은 엄마와 아이의 사랑을 '그냥'이라는 말 속에 함축했다. 아이와 엄마는 막잠에서 깨어 서로의 몸을 간질이..
퐁당퐁당 [윤석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갖질어 주어라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귀를 간질이는 소리 '퐁당' * 윤석중 ( 1911년 ~2003년) 아동문학가. 시인 소년은 심심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다. 형은 두렵고 동생은 귀찮다. 만만한 누나와 놀고 싶은데 누나는 엄마 일을 돕느라 분주하다. 냇물을 사이에 두고 남매가 앉아 있다. 소년은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다. 퐁당, 누나에게 돌을 던진다. 누나의 옷에 물이 튀었을지도 모른다. 누나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퐁당퐁당..
담요 한 장 속에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 네 .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던 아버지 . . . * 권영상 ( 1953년 ~) 아동문학가. 전교사 아버지에게 아들은 "타자화된 자기" 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는 뜻이겠다. 아버지가 묵은 가지라면 아들은 거기에서 뻗은 새 가지다. 아들은 침몰하눈 배에 탄 아..
봄 [김기림]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살린다 주춤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잠을 깬 모더니스트의 '열망' * 김기림 ( 1908년 ~? ) 시인. 비평가 1908년 함북 학성 출신이다. 우리에게 100년이 넘는 시간의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서양 근대문학 백 년에 이르는 오늘의 한국문학을 형성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문학사가 김기림에게 빚진 바는 적지 않다. 우리는 그를 이상, 박태원, 이태준, 정지용 등과 더불어 모더니스트라 부른다. 그들은 동시대 세계문학에 비견되는 우리 문학의 현대성을 강조했다. "동양적 정적" 과 "무절제한 감상의 배설" 로부터 벗어나 "바다와 같이 명랑하고 선인장과 같이 건강한 태양의 풍속"을 배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