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 아기 [한인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반세기 넘게 아기들 재운 '국민 자장가' * 한인현 ( 1921년 ~1969년) 아동문학가 는 1950년 4월 지에 처음 실렸다. 7.5조의 음수율을 고지식하게 따르는 이 정형시의 배경은 섬마을이다. 엄마는 굴 따러 가고 아기는 칭얼대다가 스르륵 잠든다. 아기를 재운 것은 파도소리다. 파도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가진 것은 하느님이 작곡한 자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 따던 엄마는 갑자기 아기 걱정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다 못 찬 굴바구니 머..
과꽃 [어효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꽃을 들여다 보면 꽃속에 누나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과꽃 닮은 누나. . .보고 싶은 우리 누나 * 어효선 ( 1925년 ~2004년) 문화예술인 이 시의 핵심은 첫머리에 나오는 '올해도'라는 구절이다.'올해도 과꽃이 피었다'는 것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또 그 전해에도 과꽃이 피고 짐이 한결같았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연의 순환과 생성의 법칙을 함축하고 있다. 꽃의 피고 짐은 변함없다.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진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꽃과 다르다. 이 시의 2연에 나오는 '누나'의 경우만 봐도 그..
엄마가 아플때 [정두리] 조용하다. 빈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엄마 없는 생활의 '그림자' * 정두리 (1947년 ~) 시인. 아동문학가 일년 내내 휴일이 없고, 날마다 나라가 법으로 정한 노동시간을 넘겨 잔업 근무를 하는 일꾼이 있다. 이 노동자의 이름은 '엄마' 다. 아비와 자식들은 엄마를 초과 근무로 내몰며 근로기준법을 예사로 위반한다. 가난하던 시절 우리 엄마들은 식구들이 다 먹는 고기를 마다 했도, 한 그릇씩 공평하게 돌아간 자장면은 속이 거북하다며 먹성이 왕성한 동생에게 반 넘게 덜어주셨다. 미식이나 별미는 물리고 부엌에서 혼자 찬밥과 김치만..
오빠 생각 [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꾸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단어 '오빠' * 최순애 (1914년~1998년 ) 시인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국민가요 수준에 이른 이 시를 노래한 가수만 해도 여럿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조용필의 은 언제 들어도 절창이다. 그러나 이 시가 12살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최순애. 1925년 11월, 12살 소녀 최순애는 으로 방정환이 내던 잡지 의 동시란에 입선자가 된다. 그 다음 해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