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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 용혜원 - 아픔 살이 찢기는 것보다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면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다 견고하게 쌓아오던 것들이하루아침에 허무하게무너져 내릴 때고개를 떨어뜨리고 힘없이 풀썩 주저앉는다 고비 고비마다맨가슴을 훑어내듯 아파올 때홀로 내던져 버림당한 듯 외롭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들 속에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찾아드는두려움과 불길한 예감 속에 환청이 들려온다 온갖 독소가 핏물에 섞여 돌고대패질당한 듯하고뭇시선이 못질해올 때애절함만 남아돌아죽음으로 내몰린 듯 괴롭다 끈끈했던 인연들조차 떠나가고꿈마저 산산조각 나 흩어져 버릴 때웅크려보아도 가쁜 숨소리만 나고슬픈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가야만 할 길이 끊어져 버려질긴 아픔 속에 심장에서 떨어지는 고통의 핏물을 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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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김현승 - 겨울 나그네 내 이름에 딸린 것들 고향에다 아쉽게 버려두고 바람에 밀리던 플라타나스 무거운 잎사귀 되어 겨울길을 떠나리라 구두에 진흙덩이 묻고 담쟁이 마른 줄기 저녁 바람에 스칠 때 불을 켜는 마을들은 빵을 굽는 난로같이 안으로 안으로 다스우리라 그곳을 떠나 이름 모를 언덕에 오르면 나무들과 함께 머리 들고 나란히 서서 더 멀리 가는 길을 우리는 바라보리라 재잘거리지 않고 누구와 친하지도 않고 언어는 그다지 쓸데없어 겨울 옷 속에서 비만하여 가리라 눈 속에 깊이 묻힌 지난 해의 낙엽들같이 낯설고 친절한 처음보는 땅들에서 미신에 가까운 생각들에 잠기면 겨우내 다스운 호올로에 파묻히리라 얼음장 깨지는 어느 항구에서 해동의 기적소리 기적(奇蹟)처럼 울려와 땅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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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상념 - 청원 이명희 - 겨울 상념 - 청원 이명희 - 사랑했던 날들의 추억희미하게 사라져 간다세상은 그대로인데모든 것이 변한 것처럼저 홀로 서운함이 깊어져 간다 내 생애 가장 푸르렀던 날잘못조차도 아름답게 물들어아름답고 무성했던 기억을 끄집어낸다잊혀져가는 날들을 만나고파지나간 행간을 뒤적이며 한 겨울 볕살이 별꽃으로 피는 날겨울을 품은 자작나무처럼회색빛 하늘에 눈물 배인 시를 쓴다마음은 한없이 다가가고 있지만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 . . . . . * Sound of Silence - Loveliest Music by Hau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