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4. 1. 25. 07:10

 

 

 

 

동백꽃    - 박노해 -

 

 

 

 

 

 

 

동백꽃

 

동백꽃의 절정은

눈 위에 붉게 떨어지는 순간

 

동백꽃의 절창은

땅바닥에 목숨 떨어지는 둔탁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자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 무슨 말이 있겠는가

빨갛게 떨어져 멍이 든 꽃인데

 

동백꽃 진다

 

내 가슴에 떨어지는

고요한 천둥소리

붉은 목숨의 노래

 

깨끗이 온몸 던져

투욱 툭

앞을 향한 투신

 

흰 눈 덮인 땅에 떨어져

멍든 내 가슴에 떨어져

빨갛게, 빨갛게, 다시 피어나는

 

동백꽃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