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곳감에 대하여

로잔나 2024. 2. 8. 07:30

 

 

 

 

곳감에 대하여       - 이영애 -

 

 

 

 

 

 

곳감에 대하여

 

어둠이 시작될 무렵이면

나는 또 태양이 그리워

밤을 재촉한다

 

 

억센 손에 이끌려

숨이 끊어질 듯 목 조이는 순간

반항할 틈도 없이 전라 (全裸)의 몸이 된 지금

부끄러움에 눈을 감는다

 

 

서릿발 내리는 야삼경

추녀 끝 매달린 칼날 같은 추위와

포승줄 묶인 채 까맣게 멍들어야 하는 운명

 

 

이젠 , 바람소리의 비웃음도 지쳤다

핏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말라버린 분신만이

분가루 향내로 마지막 생을 준비하며

온 몸의 진액 뽀얗게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