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구부러진 길

로잔나 2024. 3. 13. 10:33

 

 

 

 

구부러진 길      - 이준관 -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