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4. 3. 20. 07:40

 

 

 

 

석류     - 폴 발레리 -

 

 

 

 

 

 

석류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여,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여,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으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이 든 붉은 보석처럼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