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라일락 그늘 아래서

로잔나 2024. 5. 7. 11:35

 

 

 

 

라일락 그늘 아래서    - 오세영 -

 

 

 

 

 

 

라일락 그늘 아래서


맑은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날
네 편지를 들면
서롭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줄

 

 

 

 

* 이문세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