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오월의 꽃

로잔나 2024. 5. 16. 08:44

 

 

 

 

오월의 꽃    - 박노해 -

 

 

 

 

 

 

오월의 꽃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으로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 오신다

 

 

 

* The Waltz of Whispers (속삭임의 왈츠)/Michael Hop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