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환하다는 것

로잔나 2024. 7. 11. 07:02

 

 

 

 

환하다는 것     - 문숙 -

 

 

 

 

 

환하다는 것


중심이 없는 것들은 뱀처럼 구불구불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며 길을 간다 
능소화가 가죽나무를 휘감고 

여름 꼭대기에서 꽃을 피웠다 
잘못된 것은 없다 

시작은 사랑이었으리라 

한 가슴에 들러붙어 화인을 새기며 

끝까지 사랑이라 속삭였을 것이다 
꽃 뒤에 감춰진 죄 

모든 시선은 빛나는 것에 집중된다 

환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말 

낮과 밤을 교차시키며 
지구가 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돌고 돌아 어느 전생에서 

나도 네가 되어 본 적 있다고 

이생에선 너를 움켜잡고 
뜨겁게 살았을 뿐이라고 

한 죽음을 딛고 선 
능소화의 진술이 화려하다

 

 

 

 

* 자연 봄 꽃 /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