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로잔나 2025. 1. 30. 12:02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재진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갑자기 모든 것 낮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滿月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 Ronan Hardiman -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