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멸치 상자 열어보니
로잔나
2025. 2. 21. 11:46
멸치 상자 열어보니 - 한윤희 -
멸치 상자 열어보니
긴 사각 노트에
마른 것들 가득하게 눌려있다
머리가 발에 닿고
발이 가슴에 닿아
헝클어진 채 굳어 있다
고뇌의 바다 속
주린 배 움켜쥐고 유영하던
그 은빛 몸뚱이의 펄떡임
잠시 멈추라 했는데
빛도 소리도 없는 곳에서
너무 오랜 시간 짓눌린 채
제 빛을 잃고 누렇게 누워 있다
갈라진 몸통 사이
앙상하게 마른 뼈마디
시큰함이 솟아 오른다
기억의 구석을 기어 다니는
은빛 부스러기의 신음 소리
건져 올려
가난한 문자 담아내고 있다
* La mer - Charles T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