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5. 5. 6. 10:26

 

 

 

 

5월은     - 피천득 -

 

 

 

 

 

5월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5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시 임채일 작곡 - 바리톤 송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