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소양호, 뒤척인다

로잔나 2022. 5. 23. 12:05

 

 

 

소양호, 뒤척인다

 

[이명덕]

 

햇살이 먼저 알았을까

부지런히 나뭇잎을 물들이는 동안

숲속 소문난 바람이

허리춤에 손 얹고가

만가만 눈독을 들인다

 

한 치 건너 은빛 강물 하나가

허공에 반짝, 제 몸을 연다

 

여자가 알았을까

눈 붉어진 가랑잎 하나

미끄러지듯 사뿐 몸을 날린다

 

강물 자지러지게 가랑잎 끌어안는 동안

가을 햇살을 울멍울멍

분주히 또 하나의 너뭇잎에 가을볕 묻혀놓고

바람은 이리저리 뒤채며

소양호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