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2. 9. 23. 12:45

 

 

 

길       - 노천명 -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나오는 고가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가자면

지금도

전설처럼

고가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봐

몸을 소스라침은

비둘기같이 순한 마음에서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