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2. 12. 10. 12:16

 

 

 

 

화       - 도종환 -

 

 

 

 

 

 

 

 

화   

 

 

 

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던지지 못하고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

 

들국화 한무더기가 발을 붙잡는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되겠냐고

 

고난을 참는 것보다

 

노여움을 참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은행잎들이 놀란 얼굴로 내려오며 앞을 막는다

 

욕망을 다스리는 일보다

 

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저녁 종소리까지 어떻게 알고 달려오고

 

낮달이 근심 어린 낯빛으로 가까이 온다

 

우리도 네 편이라고 지는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