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3. 1. 24. 16:55

 

 

 

사는 일          - 나태주 -

 

 

 

 

사는 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 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 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 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 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세상 한복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