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초봄의 탱고

로잔나 2023. 3. 10. 15:15

 

 

 

초봄의 탱고         - 한윤희 -

 

 

 

 

 

 

 

초봄의 탱고

 

 

피아졸라의 애조 띤 음율

길게 흐르는 연서로[路]

겨우내 어둠 속에서 들썩이던

팔다리 손가락 마디마디

초록 레스  달고 무대 오르니

정오의 조명이 쏟아진다

어깨를 드러낸 파릇한 육체들

다시 꿈틀거리는 저 생명들

허벅지까지 갈라진 스커트 사이로

길게 뻗어 나온 연둣빛 탕게라**

살랑 실랑 탕게로***  허리 휘감으며 들어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눈뜰 수 없는 저 관능성이라니 !

두 몸이 한몸인 듯

하얀 웃음 흐드러진다

길따라 걷던 치마, 그 끝자락에

오글거리는 작은 생명

방울처럼 매달고 스텝을 밟는다

 

 

** 탕게라 - 여자 무용수

*** 탕게로 - 남자 무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