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진달래

 

 

 

 

어젯밤 진달래       - 박향숙 -

 

 

 

 

 

어젯밤 진달래

 

 

새벽이면 도(盜)선생이  온단다

어쩌면 두려운 생각에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선율을 청한다

 

 

이른 봄 갈빛나무 숲 사이

곱게 물든 진달래 한 여름

유년의 동산에 피기 시작하고

 

 

E단조 협주곡 작품 64의 물결은

이 밤을 가로질러

추억을 되새김 한다

 

 

순분홍 진달래 동산 밤새도록 거닐어

어둠 속 따사한 빛줄기

시의 사유만 가득 쌓이는데

 

 

그 도선생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환한 촛불의 마력으로

내 진달래빛 영혼만 훔쳐 갔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