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수선화가 처음 핀 날
로잔나
2023. 4. 24. 11:09
수선화가 처음 핀 날 - 박노해 -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햇살을 맑아도 공기는 시린데
아침부터 수선화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바쁜 내 손길이 아무렇게나 심었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곱게도 피었구나
연노랑 얼굴에 초록 두 손을 받치고
일제히 해 뜨는 쪽으로 명랑하게 피어나
맑은 찬가를 부르는구나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아침 햇살 아래 겨우내 고이 써온
눈부신 연노랑 편지를 읽는 날
씨앗을 품은 믿음이 있었어요
참아내고 기다리고 견뎌냈어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에는 반드시
시간과 정성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봄날 아침 수선화 언덕에서
해맑은 얼굴로 피어나는 그대를 위해 경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