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3. 6. 27. 14:54
귀 - 신달자 -
귀
얘야 일어나라
어머니 말씀 하나 그대로 상하지 않고 담겨 있다
몇 천 번 꺼내 들어도
다시 그대로 더 싱싱해지는 말씀
왕창 무너지는 모진 강풍에도 끄덕없이
몸 안에 묻혀 있던 독
독이 또 하나의 독을 만들며
또 하나의 독이 다시 또 하나의 독으로 불어나
강풍을 밀어내던 목소리
얘야 일어나라
그 말씀 더 진하게 발효되어 온몸을 울리는
깊은 항아리
바람이 숱한 세월을 밀고
귓전을 칼바람으로 스쳐지나가지만
얘야 일어나라
볕살 좋은 곳에 오늘은 뚜껑 열어 두고
항아리마다 담긴 말씀을 푸욱 익히는
내 몸의 장독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