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2023. 10. 2. 12:28

 

 

 

 

가을꽃      - 정호승 -

 

 

 

 

 

 

 

가을꽃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 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