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가을 냄새
로잔나
2023. 10. 23. 09:19
가을 냄새 - Hermann Hesse
가을 냄새
다시 한여름이 우리를 떠났네
어느 늦폭풍우 속에서 죽어 갔지
비는 참을성 있게 철철 내리고, 젖은
숲에서는 두렵고 쓸쓸한 향기가 나네
철 잊은 상사화가 풀밭에서 파리하게 굳고
버섯들이 솟구치듯 밀려 나와 무성해지고
어제만 해도 측량할 수 없이
넓고 환하던 우리 골짜기, 가려지고 좁아지네
빛에 등 돌린 이 세상은
좁아지고 두렵고 쓸쓸한 향기가 나네
우리는 무장을 하네
생명의 여름 꿈을 끝내는 늦폭풍우에 대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