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겨울비 그 외로움
로잔나
2023. 12. 9. 07:15
겨울비 그 외로움 - 고은영 -
겨울비 그 외로움
나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부터의 단절을 원했든 가
칠흑 같은 어둠에 겨울비 사방에 넘실댄다
범람하여 밀물로 가득한 그리움
믹서 되어 혼돈의 블랙홀로 흐르는
비의 얼굴, 얼굴들
어둠을 부유하며 밤새 시달린 그리움
빗물로 나부끼며 춤추는 동안 빛은
빗물에 몸 풀고 통과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흐느낀다
그대 보고파 속절없이 머무는 시간
버리지 못하는
지독한 고질병의 염병할 감수성
나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았고 또, 너를 보았다
일상에서도 다가설 수 없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이 예민한 내 안에
무수한 꽃은 피었다 시들어 가고
가슴엔 언제나 검푸른 네가 있었다
온몸을 적시며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저 빗물처럼
내 안엔 분신 같은 그리운 네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일렁인다
우리가 등을 보이고 뒤돌아서
각자의 삶의 터전을 향하여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리움에 대한 회포도 풀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