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무화과 [無花果]
로잔나
2024. 1. 10. 11:12
무화과 [無花果] - 박노해 -
무화과 [無花果]
찬란한 꽃들의 세상에서
나
꽃 같은 건 피우지 못해도 좋다
눈에 보이는 꽃만이 꽃인가
남몰래 속으로 속으로
울며 피워 올린 꽃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소리 없는 눈물로
나를 키우고 나를 살려온
속꽃 핀 사랑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푸르게 멍든 가슴에
안으로 안으로 달게 피워 올린
눈물 어린 붉은 속꽃
꽃도 없이 향기도 없이
속꽃 핀 내 혼신의 사랑
무화과 [無花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