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 애송 시

아가미가 없는 인간

로잔나 2025. 7. 2. 11:09

 

 

 

아가미가 없는 인간     - 이영 -

 

 

 

 

 

 

아가미가 없는 인간

 

 

1

초라한 몸집을 가진 날에는 바닷소리를 찾아갔다

움직이는 파도의 소리

물 안에서 누군가의 손 참방이는 소리

무엇인지 모를 찬란한 생명의 소리

눈을 감고 귀를 열고 나는 바다로 갔다

 

2

저 안으로, 저기 더 안으로 들어가자

투명한 물에 비치는 상공의 해

그 어여쁜 모양을 구경하며 유영한다

물이 흘러가는 곳으로

푸르름이 가는 쪽으로

정신없이 같이 떠간다

 

3

안으로부터 깊숙이 살아나는 물소리와 생명 소리

살아있는 무언가 곁에 있는 것만 같아서

사람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었다

 

4

 아가미가 없는 인간은 바다에 누워서

쓸쓸한 듯 괜찮은 듯 그렇게

선명히 나타나는 푸르름의 물결

다른 무엇 없이 가득 차 있는 짠 바닷물과 그 안의 나

불쌍한 걸까 알 수 없다

아가미가 갖고 싶은 날이었다

 

 

파도 소리 효과음 Sea-waves Sound eff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