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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가을의 비명 (碑銘)

로잔나 2024. 10. 7. 04:53

 

 

 

 

가을의 비명  (碑銘)  - 김현승 -

 

 

 

 

가을의 비명  (碑銘)

 

 

봄은 입술로 말하더니

가을은 눈으로 말을 한다

 

말들은 꽃잎처럼 피고 지더니

눈물은 내 가슴에

보석과 같이 오래 남는다

 

밤 이슬에 나아와

시월의 이마 위에 손을 얹어 보았는가,

대리석과 같이 찰 것이다.

그러나 네 영혼의 피를 내어

그 돌에 하나의 물음을

새기는 이만이,

 

굳은 열매와 같이

종자 (鍾子) 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

 

 

* 가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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