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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붓꽃 - 류시화 -
제비붓꽃
모든 제비붓꽃에게
올해는
제비붓꽃의 해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서리와 얼음도
어떤 상실은
그리 아름다운 색으로 바뀔 수 있는 걸까
절망은 더 이상 너의 물감이 아니다
너의 의무는 너 자신을 색칠하는 일과
세상을 색칠하는 일
둘 다이니
너는 세상의 심장에게
너의 심장을 준다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모든 제비붓꽃에게는
이듬해도
제비붓꽃의 해
제비붓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