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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지하철을 탄 비구니

로잔나 2024. 5. 22. 07:44

 

 

 

 

지하철을 탄 비구니     - 정호승 -

 

 

 

 

 

 

지하철을 탄 비구니

 

 

그대 지하철역마다 절 한 채 지으신다

 

눈물 한 방울에 절 하나 떨구신다

 

한손엔 바랑

 

또 한손엔 휴대폰을 꼭 쥐고

 

자정 가까운 시각

 

수서행 지하철을 타고 가는 그대 옆에 앉아

 

나는 그대가 지어놓은  절을 자꾸 허문다

 

한 채를 지으면 열 채를 허물고

 

두 채를 지으면 백 채를 허문다

 

차창 밖은 어둠이다

 

어둠속에 무안 백련지가 지나간다

 

승객들이 순간순간 백련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열차가 출발할 때마다 들리는

 

저 풍경소리를 들으며

 

나는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다니는 사내처럼 운다

 

사람 사는 일

 

누구나 마음속에 절 하나 짓는 일

 

지은 절 하나

 

다시 허물고 마는 일

 

 

 

 

* 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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