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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말에게 전하는 말

로잔나 2025. 3. 1. 11:47

 

 

 

 

말에게 전하는 말     - 한윤희 -

 

 

 

 

 

 

말에게 전하는 말

 

 

허망하고 허망해라

빈 와인 잔에

그들이 묻혀 놓은

붉은 빛 말들

가슴 밑바닥에 닿지 못하고

떠도는 말들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뼈에 달라 붙어 욱신거린다

꽃 무늬 접시 위

채 씹어 삼키지 못해

차갑게 식어버린 말 반 토막

눈을 돌이키지 못한다

만찬이 끝나면

하얀 테이블보 걷어 올리고

그 허황한 눈빛 다 걷어 내리라

그리고 나,

침묵 곁으로 돌아가리라

 

 

* Whisky on the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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