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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아름다운 짐승

로잔나 2025. 2. 14. 12:11

 

 

 

 

아름다운 짐승       - 나태주 -

 

 

 

 

 

 

아름다운 짐승

 

젊었을 때는 몰랐지

어렸을 때는 더욱 몰랐지

아내가 내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게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아름다운 일인지

모른 채 지났지

사는 일이 그냥 바쁘고 힘겨워서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고 옆을 두리번거릴 짬이 없었지

이제 나이 들어 모자 하나 빌려 쓰고 어정어정

길거리 떠돌 때

모처럼 만나는 애기 밴 여자

커다란 항아리 하나 엎어서 안고 있는 젊은 여자

살아 있는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또 한 사람을

그 뱃속에 품고 있다니!

고마운지고 거룩한지고

꽃봉오리 물고 있는 어느 꽃나무가 이보다도 더 눈물겨우랴

캥거루는 다 큰 새끼도 제 몸 속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오래도록 젖을 물려 키운다 그랬지

그렇다면 캥거루는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짐승 아니겠나 !

캥거루란 호주의 원주민 말로 난 몰라요 란 뜻이랬지

캥거루 캥거루,  난 몰라요

아직도 난 캥거루다.

 

 

* God Sent Me an Angel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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