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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신동엽 시인 (1930년~1969년)
기운생동, 만화방창의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던 이는 엘리트였다.
우리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부여의 시인 , 금강의 시인, 신동엽은 이렇게 노래했다.
"미치고 싶었다/4월이 오면/곰나루서 피터진 동학의 함성/광화문서 목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4월은 갈아엎는 달 >)이라고.
겨울땅을 갈아엎어 줘야 싹들이 더 잘 일어서는 이 4월에.
4월19일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시 <껍데기는 가라>는 벼락같은, 천둥같은 시다.
이 시에 무엇을 더 덧붙일 수 있으랴. 덧붙이는 순간 사족이고 군말일 뿐이다. 그만큼 시 자체로 명명 (明明)하고
백백(白白)하다. 1967년에 발표된 이 시는 4.19 혁명의 실패, 5.16 군사 쿠데타, 6.3 사태, 베트남 전쟁 파병, 분단의 고착,
외세의 개입 등 1960년대의 구체적 시대상황을 시의 배면에 깔고 있다.
그러니 시인에게 삼천리 한반도의 사월은 껍데기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라고 반복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사실 이 시의 핵심은 '껍데기' 보다는 '중립의 초례청'에 있다.
이 중립(中立)'에는 남과 북, 좌와 우의 이데롤러기적 대립을 넘어서려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백두에서부터 한라까지, 동학년(1984년) 곰나루에서부터 4.19 (1960년)광화문까지, 백제의 후손 아사닿의 못다 이룬
사랑에서부터 신라의 석가탑(無影塔)과 영지(影池)까지를 아우르는 이 중립이야말로 진정한 알맹이이자 흙가슴이며,
'부끄럼을 빛내며' 두 몸이 맞절하여 새로운 생명이 잉태할 수 있는 화해의 장(場)이라고 말하고 있다.
60년대 참여문학을 대표하는 이 시는 이후 민중.민족 문학의 이정표 역활을 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라고 짐짓 물을때, 시인이 보고자 했던 '하늘'은,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눈 녹이듯 흐물흠물/녹여 버리" (<봄은>)는 사월의 하늘이었을
것이다.
그런 하늘은 보지 못하는 한, 시인은 여전히 4월에는 껍데기는 가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은 것이고,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겨놓고 갈아 엎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 정끝별 시인 -
양희은 (Yang Hee Eun) - 4월 (April) (With 강승원 Kang Seu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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