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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가혹한 노년

로잔나 2023. 3. 11. 12:37

 

 

 

가혹한 노년            - 박노해 -

 

 

 

 

 

 

가혹한 노년

 

 

인생이 길어졌다

아니

수명이 길어졌다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삶이 이리 길 줄 알았더라면,

이리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

 

 

한여름 매미 울음처럼 지나갈

명성과 지위와 재산을 쌓느라

푸르른 절정의 젊음과 바꿔왔으니

남은 건 버석한 껍질뿐이니

 

 

단념이 아닌 체념으로

자긍이 아닌 자만으로

아량이 아닌 아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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