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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 나태주 -
몽당연필
초등학교 선생할 때
아이들 버린 몽당연필들
주어다 모은 게 한 필통 가득이다
상처 입고 망가지고
닳아질 대로 닳아진 키 작은 녀석들
글을 쓸 때마다 곱게 다듬어
볼펜 깍지에 끼워서 쓰곤 한다
무슨 궁상이냐고
무슨 두시럭이냐고 번번이
핀잔을 해대는 아내
아내도 나에겐 하나의 몽당연필이다
많이 닳아지고 망가졌지만
아직은 쓸모가 남아있는 몽당연필이다
아내 눈에 나도 하나의
몽당연필쯤으로 보여 졌으면
싶은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