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다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두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구장집 마누라는 방뎅이도 크고 젖통도 크고 잠도 푸지게나 잘 자니 미끈덩 아들 쑥쑥 낳겠다. 역시나 셋째가 제일 미끈덩하겠다. 미끈덩 인물 재산이겠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 라도 되는 양 바람깨나 피우겠다. 도망치듯 상경해 이양저양 살피다 부잣집 과부 만나 한몫 챙기기도 하겠다. 살집 좋은 과부 곁에서 시름시름 늙어가며 이모저모 기웃대다 '인생 탕..

순은 (純銀) 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 발굴되어 건강한 탄부(炭夫)의 손으로 화차에 던져지는, 원시림 아아 원시림 그 아득한 세계의 운반소리 이층방 스토브 안에서 꽃불 일구며 타던 딴딴하고 강경한 석탄의 발언. 연통을 빠져나간 뜨거운 기운은 겨울 저녁의 무변한 세계 끝으로 불리어 가 은빛 날개의 작은새, 작디 작은 새가 되어 나뭇가지 위에 내려 앉아 해뜰 무렵에 눈을 뜬다. 눈을 뜬다. 순백의 알에서 나온 새가 그 첫 번째 눈을 뜨듯. (후략) 겨울 서정시의 대..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 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기도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새벽 교회당 구석에서, 간절히 내뻗은 자신의 두 손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군 채였다. 소리 없이 일렁이는 가파른 등에서 겨울 바다 냄새가 났다. 지난밤 내내 뚝 끊긴 생의 절벽 앞에 서 있다 온 사람의등이었다. 인간은 기도할 줄 아는 사람과 기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되는지..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시인만큼 노래가 된 시편들을 많이 가진 시인도 드믈다. 안치환이 부른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비롯해 28편 이상이다. 그의 시편들이 민중 혹은 대중의 감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서정으로 충만해 있기 때문일것이다. '따뜻한 슬픔'으로 세상을 '포옹'하는 그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좋은 서정시 한 편이 우리를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