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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당신의 단추

로잔나 2024. 5. 30. 09:23

 

 

 

 

당신의 단추     - 문정희 -

 

 

 

 

 

 

당신의 단추

 

 

당신의 단추는 신호등처럼 많다
열어도 열어도 난해한 숨결이다
사방에 나풀거리는 차가운 물방울들
혹은 동굴처럼
깊은
당신의 계단 


당신이 열리는 날은 언제일까
하늘이 감추어둔 뜨거운 사랑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 날은
붉은 심장이 석류알처럼 한꺼번에 열리는 날은 


언제일까
그러면 당신 앞에 거침없이 나를 열어야 할 시간
당신의 단추를 열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정작 나의 단추를 어떻게 열 줄 몰라
나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그 자리에 서버릴지도 몰라 


당신의 단추를 연다
열어도 열어도 내가 들어설 자리 없는
바위, 혹은 당신의 계절
당신의 성전의
외로운 자물통

 

 

 

* Adele - Someone Lik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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