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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몽돌

로잔나 2024. 5. 29. 10:58

 

 

 

 

몽돌     - 천양희 -

 

 

 

 

 

 

몽돌

 

 

학동해변에 앉았는데

나는 마치

플로베르가 평생 잊지 못한 운명의 여인을 만난

노르망디해변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파도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릴 뿐입니다

여름 바람은 단단하고 팽팽한 것이

성깔이 있는 듯 파도를 밀면서

해변에 있는 자갈들을 들었다 놓습니다



자갈들은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부딪치며 가라앉습니다

바람과 햇빛으로 한생을 지나는 사람들은

생활처럼 알지요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면

잠시 파도에 들어올려졌다 자기들끼리

몸을 부대끼면서 또 가라앉습니다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둥근 돌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오늘

파도 소리에 부대끼면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질문은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모난데 없는

몽돌이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 거제 몽돌해변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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