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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 천양희 -
몽돌
학동해변에 앉았는데
나는 마치
플로베르가 평생 잊지 못한 운명의 여인을 만난
노르망디해변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파도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릴 뿐입니다
여름 바람은 단단하고 팽팽한 것이
성깔이 있는 듯 파도를 밀면서
해변에 있는 자갈들을 들었다 놓습니다
자갈들은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부딪치며 가라앉습니다
바람과 햇빛으로 한생을 지나는 사람들은
생활처럼 알지요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면
잠시 파도에 들어올려졌다 자기들끼리
몸을 부대끼면서 또 가라앉습니다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둥근 돌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오늘
파도 소리에 부대끼면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질문은
서로 부대끼면서 저렇게 모난데 없는
몽돌이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 거제 몽돌해변 파도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