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현대시 - 애송 시

나무에 쓴 시

로잔나 2024. 4. 6. 11:32

 

 

 

 

나무에 쓴 시    - 정호승 -

 

 

 

 

 

 

나무에 쓴 시

 

봄이 오면

사람 밑에 앉아 있지 않고

나무 밑에 앉아 있겠어요

종일토록 봄비가 오다가 그치지 않으면

사람 밑에 서서 비를 맞지 않고

나무 밑에 서서 비를 맞겠어요

잘라버린 귀를 다시 찾아 붙이고

나무에 내리는 빗소리에 인생을 빼앗기고 말겠어요

쓸쓸히 비를 맞고 가는

죽은 벗들을 길에서 만나면

일일이 반갑게 악수를 하고

밤새도록 우산을 함께 쓰고 가겠어요

비가 그치고 햇살이 눈부셔도

더이상 날아가는 화살을 잡으려 하지 않겠어요

작은 산을 향해 걸어가는 큰 산을

묵묵히 따라가겠어요

 

 

 

 

 

'현대시 - 애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4.04.10
목련  (0) 2024.04.08
먼 행성  (0) 2024.04.05
빗소리  (0) 2024.04.03
아침의 향기  (0) 2024.03.3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