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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나무에 기대어

로잔나 2022. 7. 30. 12:41

 

 

 

 

나무에 기대어       - 도종환 -

 

 

 

 

 

 

 

 

 

 

나무에 기대어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니

 

기댈 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영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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