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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 용혜원 -
아픔
살이 찢기는 것보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면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다
견고하게 쌓아오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때
고개를 떨어뜨리고 힘없이 풀썩 주저앉는다
고비 고비마다
맨가슴을 훑어내듯 아파올 때
홀로 내던져 버림당한 듯 외롭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들 속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찾아드는
두려움과 불길한 예감 속에 환청이 들려온다
온갖 독소가 핏물에 섞여 돌고
대패질당한 듯하고
뭇시선이 못질해올 때
애절함만 남아돌아
죽음으로 내몰린 듯 괴롭다
끈끈했던 인연들조차 떠나가고
꿈마저 산산조각 나 흩어져 버릴 때
웅크려보아도 가쁜 숨소리만 나고
슬픈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가야만 할 길이 끊어져 버려
질긴 아픔 속에 심장에서 떨어지는
고통의 핏물을 닦아야 한다
* Chopin: Nocturne No. 2 in E flat, Op. 9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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