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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아픔

로잔나 2025. 1. 8. 12:40

 

 

 

 

아픔      - 용혜원 -

 

 

 

 

 

 

 

 

아픔

 

살이 찢기는 것보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면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다

 

 

견고하게 쌓아오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때

고개를 떨어뜨리고 힘없이 풀썩 주저앉는다

 

 

고비 고비마다

맨가슴을 훑어내듯 아파올 때

홀로 내던져 버림당한 듯 외롭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들 속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찾아드는

두려움과 불길한 예감 속에 환청이 들려온다

 

 

온갖 독소가 핏물에 섞여 돌고

대패질당한 듯하고

뭇시선이 못질해올 때

애절함만 남아돌아

죽음으로 내몰린 듯 괴롭다

 

 

끈끈했던 인연들조차 떠나가고

꿈마저 산산조각 나 흩어져 버릴 때

웅크려보아도 가쁜 숨소리만 나고

슬픈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가야만 할 길이 끊어져 버려

질긴 아픔 속에 심장에서 떨어지는 

고통의 핏물을 닦아야 한다

 

 

 

* Chopin: Nocturne No. 2 in E flat, Op. 9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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